백화점 식당가에서 문화센터로 이어지는 복도 한켠에 책들이 신간중심으로 꽂혀있었다. 그곳에서 책을 읽으며 누군가를 기다리며 인내심이 아닌 여유를 가져 보라는 배려로 해석하고 싶어하며 그렇게 지나가다가 눈에 쏙 들어온 제목. 와 이건 내이야기일까? 그러고 아래층 키즈카페에 놀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서 집으로 오고 책은 잊었는데,
도서관 신간코너에 이책이 있다니~! 바로 집어오고 바빴던 일정 중에도(전업주부의 바쁜일정은? 둘째가 하교한다, 카센터에 차맡기고 시댁에 다녀오고, 첫째가 학원에서 돌아오고, 가정학습을 마무리짓고, 저녁 모임까지 다녀온다. 집에와서 잠자리 독서 책을 읽어주고 재운뒤…)
천천히 책을 읽었고 재미있게 이불서 뒹굴거리며 다 읽었다.

<줄거리 전반>
선여휘 여사님은 재벌 그룹의 딸로 사모님으로 지성 미모 다갖춘 60대 사모님이지만, 식물인간이 된 아들과 그룹경영에 매진하는 남편과 딸이 있는
그래서 다갖추었지만 완벽했던 아들이 식물인간이 된 이후 같은듯 하지만 내면에 말하지 못하는 아름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다 소개받고 시작해본 중고 거래.
각 품목과 거래상대방별로 사연이 있고, 물건마다 이야기가 있어서, 영화보다는 드라마로 만들면 딱 좋겠다 싶은 장편소설이었다.
<당근~!>
당근마켓 이전에 중고나라에서 물건을 되팔기를 좋아했던 나는 어릴적부터 계산빠른 전형적인 장삿집아이였다. 중고로 산 물건을 되파는 것은 아니었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싸게 구입을 해서 그것들을 산가격에서 20%정도의 마진으로 팔아서 한달에 십만원정도 버는것을 재미있어 했다. 하지만 그것도 첫째가 태어나면서 나는 진정 절대 소비자가 되었지 그것을 사고 팔면서 부가 이익을 창출 할 수 있는 판매자는 되지 못했다. 애보느라 시간이 없어서, 그리고 블로그에 아이 사진과 그날의 일들 기록하는 재미에 빠져서. 육아중독
첫번째 당근마켓 거래는 도서상품권을 사는 일이었다. 우리아이에게 많은 책을 물려준 친구 딸에게 상품권을 보내고 싶어서였고 막상 자리에 나가고 보니 중학생이 나왔다. 거래후 돌아오는 길에 미성년자와의 거래는 아이가 남은 물품 대금만 주면 되는 무효의 거래로 나는 상품권을 돌려주어야 할 수도 있는데. 부모님 허락을 받은것이냐고 했더니 대회에서 부상으로 받은것이라서 자기가 알아서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조금 싸게 사자고 괜히 아이에게 할인구매한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더니, 조수석에 앉으신 어머님이 “애가 이런걸 돈으로 만들줄 아는걸 보니 쟤는 뭘 해도 하겠다.” (그말이 참 위안이 되었다. 똑똑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경제관념 있는 아이와 거래했으니 괜찮을 것이라 위안이 되었다. )
두번째 당근거래는 둘째의 식탁의자였고, 불완전한 상품이었다. 정말 비싼 상품인데 부품하나가 부족하고, 그러나 그때문에 싸게 나온 상품. 3살터울이지만 덩치가 비슷했던 첫째와 둘째 … 첫째는 동생의자에 앉아서는 자기꺼라고 우기고 결국 하나더사게되면서 가격이 좋은 불완전한 육아용품을 세개사서 완벽한 두개를 만들고 불완전한 한개는 나도 헐값에 팔면 된다는 것을 깨쳤다. 그렇게 시작해서 구매에 대한 주저함이 없어졌다. 여러개를 사서 완벽한것을 만들면 높은 가격에 팔면 이것 또한 남는 장사가 되는 것이다. 이깨우침은 엄마들의 워너비 엄마표영어 ORT교재에까지 적용되었다. 고로 우리집엔 ort 풀셋이 있다.
나는 당근마켓 어플을 꺼두었다. 너무 많은 알람이 쉴새 없이 울렸고, 가족들의 놀림이 비난이 되어가던 즈음… 당근거래도 몰래하기 시작했다.
<당근은 꼭 돈을 아껴주지는 않는다>
당근거래를 시작한 이후 ‘첫째를 키울때 주저했던 육아용품을 둘째때는 다 사게 된다’던 엄마들의 말이 생각이 났다. 둘째를 낳고 이런건 필요 없으니까 사지말자 라고 그말을 생각하면서 참았던 것들, 눌렀던 소비욕구 폭발~! 당근마켓에서는 써보고 아니다 싶으면 팔면 되지 라는 생각에 <궁금해서 > 사게 되었다. 공포영화에서도 호기심에 죽는 조연들이 꼭 있다. 그렇게 알뜰해 보려던 나의 당근마켓 시작은 미니멀리스트가 대세인 요즘에, 주저 없이 사게하는 쇼핑 증폭장치가 되었다. 장삿집 딸이라고 말했듯 가격에 대해서도 기억력이 좋은 편이었고, 싸게 나온 물건이나 흐리게 나온 사진이라도 최신식이고 깨끗하고 흠 없는 물건임은 귀신같이 알아보는 안목이 내게 있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듯 나도 아주 가끔 이상한 물건을 사긴 했지만 그건 그냥 버리면 되었다. 내가 판단하기에 상품가치가 없으면 남에게 팔지도 못해서 재활용으로 버렸다.
<당근진상은 예의없는이웃>
참 여사님이 만난 당근 진상처럼 나또한 그런 진상인 당근이웃을 만난적이 있다. 애프터눈 티세트용 2단접시를 안쓰고 아끼느니 좋은분에게 보내자며 3천원에 내놓았는데 깨지지 않게 잘 포장해서 가져오라는 주문에 투명 비닐에 잘포장해서 리본까지 묶어서 2단인상태로 들고 나가려던 나는 마음이 상했다. “출발 안하셨으면 오지마세요” 라고 하니까 차 시동걸려하니까 물건 잘들고 나오라고 화를 내더니 접시를 포장도 안하고 들고나오는 정신나간 사람이라고, 보아하니 어떤 인간인지 알겠다는둥 인생 그렇게 살지마라며 악담을 길게 길게 퍼부으셨다. 정말 속상하고 마음이 안좋았다. 그리고 두번째로 말 거셨던 분께 오시라고 3천원도 받지 않고 드림으로 선물로 드렸다. 내가 부자라서 그런것은 아니고 내가 아끼던 내나름의 쉼을 주던 스토리가 있는 물건이었기에 이것을 아껴줄 분께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악담을 길게 주셨던 분 덕분에 사람이 무섭고 당근 거래도 하기 싫어서 한동안 당근거래를 그만두었었다.
<당근온도99도를 만나다>
티비에 당근마켓 온도가 99도인분이 출연하고, 나또한 99도인분을 정말 만나게 되었다. 정말 예의를 지켜주시고 후기도 사진으로 예쁘게 주시는 분이었다. 감탄할 정도로 좋은 분들도 여러분이 계셨는데 대부분 물건을 사러 오실때 현금을 봉투에 넣어서 직접 건네 주셨다. 하지만 나는 현금을 잘 안가지고 있어서, 이물건을 꼭 살것이라면 선입금을 드리고 출발한다. 내가 중고나라 카페보다 당근마켓을 선호하는 이유는 전국구의 택배거래보다는, 내가 구매할 때는 직거래로 사기의 위험을 줄이고 판매할때는 쓰던 좋은 물건을 꼭 가까이 있는 분께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처음 당근마켓을 시작하셨던 분의 취지이겠지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당근마켓에서 사고 팔고 드림을 열심히 했더니, 내 온도는 80도가 되어 있었다.
<꼭 사고마는 꿀팁? 빨리+사연>
당근마켓 온도가 높으면 좋은점. 같은 물건을 같은 가격에 내놓더라도 내것을 구매하시고, 거리가 멀면 선입금후 택배거래도 하시기 때문에 판매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구매는 언제나 먼저 연락하는 것이 최고다. 아 딸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때 당근마켓에서 침대 옷장 세트를 무료 드림하시던 분이 계셨고 마침 그가구가 꼭 필요했다. 예약금으로 5만원을 받으시고 약속을 지켜 이사일에 그가구를 가져가면 5만원을 돌려주시겠다고 하셨다. 나는 세번째로 챗을 걸었지만, “저는 예약금을 돌려받지 않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리면서 초등 입학하는 이아이가 침대를 갖고 싶어하는데 마침 핑크색이라서 꼭 물려받고 싶습니다. 하고 그 분이 거절 할 수 없게 앞니 빠진 딸아이 사진을 전송했다. 그리고 가구는 남편과 아주버님이 직접 트럭을 몰고가서 가져왔고, 모두 설치한 뒤에 너무 감사하다고. 이제는 큰 언니라서 안좋아 할 수도 있겠지만 동생이 너무 좋아해서 고마워서 보낸다고 감사의 크기만큼 패밀리사이즈의 아이스크림을 보내었다.
<세상은 좁다. 당근은 더 좁다>
최근 둘째가 입학을 했고, 같은 유치원을 졸업한 친구의 엄마와 입학식후 교문앞에서 인사를 나누었다. 2년을 같은 반을 했는데도 전화번호 교환을 안했으면서, 초등학교 입학식날 얼마나 떨리고 긴장했는지 “우리 앞으로 서로 궁금한거 묻고 연락해요. 전화번호 교환할까요~” 먼저 부탁을 드렸다. 번호를 불러주셨고, 그분께서도 통화버튼을 눌러서 번호를 보내달라고 하셨다. … 통화버튼을 눌렀다. <카시트만원> 이라고 글자가 떴다. 그걸 그엄마보 보고말았고 나는 당황을 했다. 만원에 산 카시트라면, … 혹시 저한테 브라이텍스 카시트 판매하신적 있으세요? 둘째가 유아에서 주니어 카시트로 바꿀때 우리 카시트는 모두 정리를 한 상태였는데, 우리것과 똑같은 (최고사양에 최고가 거의 백만원) 카시트를 단돈 만원에 내놓으신 것을 보고 나는 무조건 산다고 연락을 드렸다. 이유는 5층 위에 사는 아기가 있는데 그아기가 쓰면 좋겠다 싶어서 아줌마 답게~ 그때 마침 그아파트가 이웃끼리 서로를 엄청 응원해주면서 도왔었다. 그렇게 당근마켓에서 거래했던 분이 아이 친구엄마였다니, 결국 그카시트를 지금까지 쓰고있는 아기엄마에게 전화해서 “기억나? 그때 있잖아~ ” 하고 오늘의 사연을 이야기했더니 “언니 진짜 부끄러웠겠다~” 아니 내가 훔친것도 아니고 좋은 가격에 주셔서 산거잖아. 괜찮아 괜찮아~~~
그런데 그엄마에게 카톡으로 치킨 콜라 세트 쿠폰이 왔다. 이유인즉 선물을 두번이나 받았다는것을 지금 알게 되셨다고. 그래서 치킨을 보내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때 그카시트 아기가 너무 잘쓰고 아이가 작아서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고 전해드렸다. 핸드폰을 바꿔서 카톡이 남아있지는 않았지만 주고 받은 선물 기록은 확인이 되었다. (너무 싸게 산게 감사해서 카시트가져온그날 집에와서 커피쿠폰도 보내드리고, 그이후에 그엄마가 벨트 보호커버도 따로 찾았다고 연락주셔서 아이스크림 파인트 쿠폰도 보내드렸으니…)
<당근으로 한을 풀다>
당근마켓은 내게 무엇일까? 돈을 벌지 않는 주부라서 사고싶은것도 늘 누르고 누르고 저런것은 필요 없어 하고 넘긴다. 하지만 거침없이 사대는 품목이 있는데 바로 아이들 책이다. 착하고 부지런하고 억척스럽게 일하시던 친정엄마는 돈을 아끼고 아껴서 학원도 보내주시고 문제집도 사주셨지만 내가 가장 갖고싶어하던 세계명작 백과사전 같은 전집은 늘 다음에 다음에로 미루셨다. 그래서 남의 집가면 늘 책부터 잡고 읽던 나는 늘 친구들이 부러웠고, 공부하는 문제집이 아닌 책들을 척척 사주는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정작 아기에게 프뢰벨 시리즈하나도 새걸로 사주지 못했다. 물려받아서 보고 고마워서 또 뭐사주고, 그런데 중고로 전집을 사니 내마음도 가볍고 또 그것을 다시 팔거나 누구에게 줄 수 있었다. 어릴때 못해본것 못가져본것에 대해 어떤 집착이 생기는데, 그걸 한이 맺혔나 보다고 언니랑 웃으며 말한다. (언니랑 나는 당근 동지이다. 서로의 물건을 자기지역에 올리며 같이 팔아주기도하고 찾는 물건 알람을 걸어서 싸고 좋은게 있으면 말도 대신 걸어준다. 살게요!)
<글로벌 당근>
한번씩 집을 털어서 아이들이 안쓰는것이나 내가 아꼈던 것들 그냥 버리기 너무 아까우면 들고 있지 않고 드림을 한다. 하지만 드림받을때 코로나때는 최소한 마스크 한장 주시고 가며 감사를 전했는데, 맡긴 물건 찾아가며 차에서 내려서 싣고 휙 가시는 분들 때문에 마음이 쓸쓸한 날도 있다. 가끔 아이가 패딩을 너무 좋아한다며 아이 사진을 보내주신 분도 있고 따뜻했다. 그리고 거의 새거인 크록스를 올렸을때 오셨는데, 딸에게 신겨보고 사가겠다고 하셨다. 느낌이 왔다. 이분은 외국인이다. 지금 가고 있어. 반말을 너무 많이 하셔서 눈치를 챘다. 그런데 내가 파는 신발은 둘째의 것이라서 남자아이 신발이었는데. 파란색. 딸은 표정이 굳어있었다. 하지만 여유있게 맞다며 아빠는 엄지척! 3천원이지만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참 저아빠두 참 딸래미 얼굴 표정좀 보셔야지. ^^;
<예의장착, 좋은기억>
나는 이책의 <선여휘여사님>이 중고거래를 좋아하는 모든 이유를 다 이해했다. 내가 재벌은 아니지만 우리집에는 쓸만한 천원주고는 살만한 물건들이 백개쯤 있기에 언제든지 나의 마켓을 열 수가 있는 것이다. 당근마켓이 빅데이터를 판다더라. 결국은 광고수입이 있는 것이다. 당근페이도 있고 기프티콘도 팔지 않느냐 하지만, 나는 오프라인 플리마켓이 활성화 되어 있지도 않은 대한민국에서 중고물건의 거래를 활성화 시켜서 지구를 살리고 있는 당근마켓 중고나라가 참 좋다. 그래서 거래후기에도 <좋은책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랜드 패딩을 싸게 사왔을때도 <좋은옷 물려주셔서 덕분에 따뜻한 겨울이 되겠습니다> 항상 감사의 인사를 진심으로 보낸다.
<드림 : 좋은뜻에 좋은분만 오진 않는다>
드림… 이것또한 할말 많은데, 아이 아기때 샀지만 60만원짜리 고가 청소기 미세먼지안나오는 것으로 필터까지 새상자로해서 꼭 필요하신분께 드리겠다고 올렸는데. 드림으로 좋은뜻으로 보내려는데 “저요!” 하고 메세지가 온 순간 동시에 뜬것이 있다. (**님은 최근 30일간 30번 나눔을 받으셨습니다.) 한숨이 나왔고 대꾸하지 않았다. 그이후 다른분이 봉사활동하는 곳에 쓰고 싶다고 하셔서 (이분은 30일간 20회 나눔 받으셨다지만 믿고 보냄) 더 열심히 완벽하게 닦고 또 닦아서 보냈는데, 그날 일로 친구들은 또 놀렸다. “20회는 말이되냐? 봉사활동도 거짓말일거야~” 아흐… 그래서 천원 이천원 정도 가격을 붙여서 내보내는 이유인 것 같다. (드림전문수거인이 있더라는 )
당근거래후기
파고 또파면 계속 나오는 당근마켓거래 이야기 오늘은 여기까지만,
중고 거래는 돈을 아끼기도 하지만,
사실은 구멍이기도 하다.
소비가 계속 된다.
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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